[세계타임즈TV] 정의당 청년선거본부, 만 24세 강민진 대변인 불출마 선언 및 피선거권 연령 제한 헌법소원 기자회견

이송원 기자 | news@thesegye.com | 입력 2020-03-26 2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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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임즈 이송원 기자]

저는 국민의 대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입니다.


1995년의 4월 17일, 새벽 한 시경에 태어났습니다. 단 한 시간이 모자라 이번 총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만 24세 이하 시민은 공직자가 될 수 없도록 한 현행법 때문입니다.


저는 반쪽짜리 주권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종류의 시민이 있습니다.
시민의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시민과,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시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전, 저는 중학교를 자퇴했습니다. 만연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 저는 어린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하고 청소년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십대 청소년의 목소리는 늘 투정으로, 반항으로, 어려서 뭘 몰라서 하는 좌충우돌로만 여겨졌습니다.


학생인권을 위한 조례를 주민발의하기 위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러 다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청소년의 삶에 대한 제도임에도, 현행법상 참정권 없는 존재인 청소년들은 주민발의에 참여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성인들의 주민발의 서명을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청소년의 삶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정치의 차원에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오직 성인들의 의사만이 중요했습니다. ‘시민’의 범주에서 배제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됐습니다.
앞으로 선거권을 누리는 시민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제 가난한 사람도, 여성도 투표를 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국민의 대표자가 되는 일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양복을 입은 나이 많은 남성, 법조인이거나 교수이거나 사장이거나 고위공직자 출신인, 명문대를 나오고 가방끈이 긴, 이 사회의 주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선거운동 때면 배우자와 자식들이 선거운동에 나서는 정상가족의 일원들. 이들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일등 시민입니다.


반면 너무 어리다고 여겨지는 사람,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고 검정고시를 본 사람, 하루 벌어 하루 살기 위해 새벽 인력시장에 가는 사람,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 ‘한국 민족’이 아닌 사람들, 타의로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 공장에서 독극물을 들이마시며 일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이등 시민입니다.


선거철이 오면 이등 시민들은 일등 시민 중에 한 사람을 고릅니다. 그나마 덜 나쁠 것 같은 사람을 뽑습니다. 저 정치인이 정말로 이등 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최선도 차악도 판단하기 어려워 투표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참정권 운동은 늘, ‘누가 이 사회의 주인인가’를 다시 정의하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대의자를 선출할 권리가 곧 시민으로서 가지는 이 사회에 대한 주권일 수 있으려면, 시민들이 스스로 대의자가 될 수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1992년 미국 대선은 로스쿨 교수였던 빌 클린턴과, 석유 사업가 조지 H.W 부시, 억만장자 로스 페로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일린 마일스도 군소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인권운동가 조이 레너드는 그녀를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 독성 물질을 내뿜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곳에서 성장하여 백혈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 강간에서 살아남은 사람, 에어컨을 갖지 못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원한다.” 조이 레너드가 원한 대통령은, 절대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그간 자격이 없다 여겨졌던 시민들이 국민의 대표자로 더 많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새파랗게 어린 여자가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국회의원이 되길 바랍니다. 농부 국회의원, 이주민 국회의원,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을 원합니다. 직장에서 내쫓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낙인을 경험해 본 사람, 성폭력을 겪고 생존한 사람, 투명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을 가르는 벽이 점차 허물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제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이자 참정권인 피선거권을 만 24세 이하에게 제한한 현행법의 위헌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촉구하며 오늘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국민의 대표자가 될 자격이 25세를 기준으로 부여되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십대 청년 절반의 출마를 가로막는 악법,
온전한 시민인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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