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4대강을 넘어, 물 정책을 국가의 ‘운영 시스템’으로 고정하라

국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3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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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정권의 쟁점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어야 한다 —

▲추태호 /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대한토목학회 탄소중립위원장

 

4회 글에서 우리는 물 정책이 더 이상 “시설을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물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심의기구”를 넘어 국가 물 운영의 컨트롤타워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전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야 할 현장이 바로 4대강이다. 4대강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갈등의 상징이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린 대표적 사례다.

 

어느 정부는 보를 세웠고, 어느 정부는 보를 열었으며, 또 어느 정부는 다시 다른 판단을 내렸다.

 

그 사이 강은 조용히 변했다. 체류시간은 길어졌고, 여름철 고수온은 구조화되었으며, 녹조는 ‘사건’이 아니라 ‘계절’이 되었다.

 

이 논쟁에서 우리가 놓친 핵심은 하나다. 4대강은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운영’해야 할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보를 유지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선택도 운영구조 없이 내려질 때 다음 정부에서 다시 뒤집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강은 이념으로 흐르지 않는다. 물은 정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강은 유량과 수위, 유속과 체류시간, 수온과 산소농도의 함수로 반응한다.

 

따라서 4대강의 미래는 “찬성인가, 반대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국가 운영의 문제다.

 

만약 국가가 어느 유량에서, 어느 수위에서, 어느 수온과 체류시간에서 녹조와 저산소 위험이 시작되는지를 상시로 파악하고, 그 조건이 다가올 때 – 보를 열어야 하는지, –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하는지, – 구조를 전환하거나 철거해야 하는지, – 방류량을 조정해야 하는지, – 상류의 오염원 관리와 유량 배분을 어떻게 연동해야 하는지를 과학적 기준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연계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4대강은 더 이상 “철거냐 존치냐”를 둘러싼 정권의 쟁점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상시로 운영하는 생존 시스템이 된다.

 

그 역할을 맡아야 할 곳이 바로 국가물관리위원회다. 위원회는 “보를 남길 것인가, 없앨 것인가”를 선언하는 기구가 아니라, 어떤 지표를 국가가 상시로 감시할 것인지, 어느 임계값에서 어떤 조치가 자동으로 작동할 것인지, 그 판단이 예산과 사업, 현장 운영으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이 운영 규칙을 국가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4대강은 “정권의 상징”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대상”이 된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홍수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예측과 방류의 문제로 관리되고, 녹조는 책임 공방이 아니라, 체류시간과 영양염류의 함수로 다뤄지며, 가뭄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사전 분산과 저장의 문제로 전환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이것이다. 물 정책이 더 이상 “다음 정부가 뒤집을 사안”이 아니라, 국가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공공 시스템으로 고정된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물은 이념이 아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에게, 가게 문을 여는 상인에게, 논에 물을 대는 농민에게, 물은 오직 안전과 생존의 문제다.

 

국가의 물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린다면, 국민의 삶은 그만큼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물을 계속해서 “문제가 생긴 뒤 고치는 대상”으로 둘 것인가,아니면 “국가가 상시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가.

 

물은 더 이상 환경의 한 분야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 위기 시대, 국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지 묻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그 질문에 답하는 중심이 될 때, 대한민국의 물 정책은 비로소 정권을 넘어, 국민의 안전 위에 서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특정 정권·정당·기관·개인 또는 개별 사업을 비판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물관리 체계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공공정책적 제언이다. 모든 내용은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한 학문적·정책적 논의이며, 어떠한 민·형사상 판단이나 특정 이해 관계자에 대한 평가를 의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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