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미국 관세 폭탄에 환율 압박 가중, 출구전략은 수출 증대와 다변화에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10-17 15: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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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발(發)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의 호조 덕분에 한국의 올해 9월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증가하며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는 기록을 다시 경신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며 수출 증가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미국 관세의 직접 영향을 받는 자동차 수출 역시 유럽 등 시장 다변화를 통해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로 역대 9월 중 최대치를 달성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늦은 추석 영향으로 9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4일 늘어난 것이 수출 증가의 주요 요인인 데다,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출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0월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수출액은 659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2022년 3월 기록한 638억 달러 이후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추석 연휴가 올해 10월로 넘어가 9월 조업일이 4일 늘어난 영향도 있었지만, 조업일을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7억 5,000만 달러로 역대 9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66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0%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의 핵심 인프라인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탄탄한 데다, 메모리 고정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범용 제품 가격도 오름세로 반전한 영향이다.

자동차·기계·선박·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 등 10개 주력 품목 수출도 늘어났다. 자동차 수출은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 모두 증가하며 6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6.8% 늘어나 9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일반기계(전 년 동기 대비 10.3% 증가), 석유제품(3.7%), 선박(21.9%), 차부품(6.0%), 디스플레이(0.9%), 바이오헬스(35.8%), 섬유(7.1%), 가전(12.3%) 등도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동·아세안·중남미·인도 지역 수출이 크게 늘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를 다소 낮추는 성과도 있었다. 대미(對美) 수출은 102억 7,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1.4% 감소했으나, 대중국 수출은 116억 8,000만 달러로 0.5% 증가했다. 아세안(17.8%), EU(19.3%), 중남미(34.0%), 일본(3.2%), 중동(17.5%), 인도(17.5%), 독립국가연합(CIS·54.3%) 등도 모두 증가했다. 한국의 올해 9월 수입은 564억 달러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9월 무역수지는 95억 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이 관세 후속 협상에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난항인 가운데‘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5일(현지 시각)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3,500억 달러는 선불(Up front)”이라고 못을 박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수익 배분 구조다. 미국은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갖고, 자본을 제공한 한국은 10%만 가져가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모든 협상이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해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 90:10 수익 배분 구조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 이전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 협상 카드가 아닌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입장이다. 협상 난항 소식은 한국 금융시장을 즉각 강타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2.45%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 1,41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월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오른 1,40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404.2원에 출발한 뒤 장중 등락을 거듭했다.

채권시장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며 주식, 외환, 채권의‘트리플(Triple)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1일 국내 국고채 시장은 간밤 미국채 금리 흐름과 야간 장에서의 국채선물 가격 추이 등을 반영하며 보합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거래일 오후 고시금리 기준 2.95%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날은 일부 저가 매수 유입이 전망된다. 장 마감 후에는 미국 9월 ISM 제조업지수 발표가 대기 중이다. 간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3bp(1bp=0.01%포인트) 오른 4.152%, 통화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는 1.3bp 내린 3.610%를 기록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 툴에서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의 10월 인하 가능성은 89.8%에서 96.7%로 상승했다. 10월 들어 첫 거래일 코스피가 상승 마감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에도 외국인은 8,0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추석 장기 연휴를 앞두고 개인은 1조 원 넘게 팔았다. 지난 10월 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1.23p(0.91%) 오른 3,455.8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3.35p(0.40%) 상승한 845.34에 마감했다.

한국과 미국 재무 당국이 지난 10월 1일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경쟁 우위에 서려는 환율 조작을 금지하고,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고려한다.”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로 환율관찰 대상국 부담을 덜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서 벗어났고, 모니터링 대상에 외환시장 ‘안정’을 넣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문 문구만으로 미국의 거세지는 압력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합의문 속 ‘과도한 변동성’ 기준은 미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을 언제든 환율 조작 행위로 몰아붙이고, 혹여 관세 협상 후 ‘환율전쟁’을 겨냥한 사전 포석으로 이번 합의를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는 원하면서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강(强)달러(한국의 환율 상승)조차 용인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오랜만의 환율 합의문에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한다.

여전히 미국은 동맹국의 처지보다 자국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앞서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3,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의 성격과 수익 배분(90% : 10%)을 두고 지금껏 양국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한 발 더 나가 “선불(Up front)”이라며 골대마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관세 협상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의 막무가내(莫無可奈)식 요구에 고개 젓고, 국익을 잣대로 결코 협상을 서둘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미국에서 지난 9월 30일 열린 한·미 비자 워킹그룹 첫 실무회의에서 B-1 비자와 전자여행허가제(ESTA)로도 현지 공장에서 설치·보수 등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주한 미(美) 대사관에 한국 기업 전담 데스크를 두기로 했다. 한국인을 구금한 ‘조지아 사태’로 국내 기업과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미국의 안하무인(眼下無人) 방식 태도가 바뀐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수출은 659억 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2.7% 늘어 3년 6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보였고, 관세 영향이 시작된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95억 6,000만 달러 흑자였다. 다른 지역으로 수출은 모두 늘었지만 대미(對美) 수출은 관세 협상 여파로 1.4% 감소했다. 미국에서 일본·유럽연합(EU) 차보다 10%포인트 높게 25% 관세를 무는 자동차도 미국에선 소폭 줄었지만 유럽 등 그 외 지역 수출 증가로 전체 수출액이 늘었다.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 등 대체 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이다. 수출 성과와 조지아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수출 증진에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하는 것은 물론 수출시장을 다변화시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비자의 급한 불은 끈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정교하고 치밀한 출구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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