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기준금리 4연속 동결, 환율 안정과 경기 회복의 ‘정책 조합’ 절실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11-28 15: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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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7일 오전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측대로 연 2.50%로 유지하기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7개월간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10월(3.25%)과 11월(3.00%) 그리고 올해 2월(2.75%)과 5월(2.50%)까지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하했다. 올해 7월(2.50%)과 8월(2.50%) 그리고 10월(2.50%)에 이은 네 번째 연속 동결(2.50%) 조치로 6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3.75~4.00%)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변동성이 큰 국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경기 부양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찮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성과 아파트값 및 물가 상승 우려에 ‘신중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절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 결정 이유와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선 ‘인하 기조’란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지목하며 “유행처럼 해외 투자가 퍼지는 것은 걱정된다.”라고 지적했다.

금리동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무엇보다 가파른 상승세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다. 이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자본유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외국인자금 이탈 등으로 인해 추가 환율상승의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는 반면에,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40원 넘게 올랐다. 특히 지난 11월 5일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을 돌파하며 1,450원이 이젠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고착화(固着化)한 데 이어 지난 11월 24일에는 1,477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1,500원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환율이 더 오를 위험이 크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양국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론 강력한 규제에도 꺾이지 않는 수도권 주택가격의 불안한 흐름을 들 수 있다. 시장에서도 부동산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는 경우 정책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되레 금리를 인상할 상황도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면 가계부채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에 한국은행이 이것도 저것도 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날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변화와 성장·물가 흐름, 금융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시기를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달까지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 관련 문구를 ‘추가 인하 여부’ 등 약한 어조로 수정한 것이다. 향후 통화 완화 기조를 종료하거나 아예 통화 긴축 선호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9%였다. 2023년과 2024년 우리 경제는 각각 1.4%와 2.0%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잠재성장률도 하락추세다. 이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은 데 기인한다. 한국 경제는 1980년대 후반까지 연평균 10%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중화학 공업은 경쟁력이 떨어져 퇴조하는 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29일 IMF가 밝힌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 WEO)’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 규모는 지난해 1조 8,697억 달러에서 올해 1조 7,903억 달러로 감소하고, 순위도 12위에서 13위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5위에 올랐던 스페인은 1년 새 명목 GDP가 성장하면서 한국을 추월해 12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세계 GDP 10위권에 진입했던 우리나라는 장기 성장 부진으로 최근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조선·철강·이차전지·통신장비·기계 등 13개 주요 업종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12개 업종 모두 중국에 뒤졌다.

한·미 관세협정에 따라 미국은 한국상품에 대해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투자 1,5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를 한다. 현금 투자는 연 200억 달러 범위에서 10년에 걸쳐 투자하고 조선업 협력 투자는 기업 주도로 추진한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서 한국 기업들은 별도로 1,500억 달러(208조 3,35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대미수출이 위축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왔다. 우리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이내임을 감안하면 대미수출은 적자 위험이 크다. 국가채무도 올해 1,301조 9,000억 원에서 매년 100조 원 이상 늘어 2029년에는 1,788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9.1%에서 2029년 58.0%까지 상승한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심한 경우 국가가 부도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내년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처음 제시한 2027년 성장률 전망치는 1.9%였다. 내란 사태 여파 등으로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0.2%)까지 기록할 만큼 가라앉았던 우리 경제는 2분기 0.6%, 3분기 1.2% 등으로 차츰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올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년 만에 가장 높아지고 기업심리지수(CBSI)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경제주체들 전망도 낙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5일 발표한 ‘2025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CCSI는 112.4로 전월 109.8보다 2.6 포인트 상승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 상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6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CBSI는 전월보다 1.5 포인트 오른 92.1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1포인트 하락했다가 상승 전환했다. 12·3 계엄 전인 지난해 10월(92.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비록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3년 연속 1%대 성장률에 머무는 점은 아쉽지만, 내년부터 잠재성장률(1.8%)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수 둔화 지속과 여전히 낮은 경제성장률에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로 올려 잡았지만, 잠재성장률(약 1.8%)에 한참 못 미친다. 내년 예상치도 1.6%에서 1.8%로 높이고 2027년 성장률은 1.9%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기저 효과에 기댄 측면이 있다. 지금은 환율 방어가 무엇보다 황급(遑急)하지만 경기 회복 노력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위해 구조개혁과 신산업 발전이 필수적이자 급선무(急先務)다. 강력한 구조개혁으로 체질 강화와 생산성 제고를 꾀해야만 한다. KDI가 지난 11월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제하의 보고서에 의하면 생산성 하락이 기업·가계의 해외투자를 부추기고 그만큼 GDP에 미치는 충격을 키운다는 것이다. 국내 생산성이 0.1% 떨어지면 해외자금 유출로 국내 투자가 0.05%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GDP가 0.15%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노동자 업무, 기술혁신, 경영체제 등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져 국내 투자 부진에다 해외투자만 증가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동안 환율과 물가 안정을 위한 복합 처방에 더욱 힘써야만 한다. 재정 정책은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 규제 혁파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은 물론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의 첨단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K-기술 5년 계획’ 같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환율 안정’과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시급하다.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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